보이스피싱 피해자 구제를 위한 계좌 지급정지 제도가 범죄자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최근 SNS에서 공익제보를 가장해 불법 도박사이트 계좌 정보를 모은 뒤 이를 '통장협박'에 이용하는 계정들이 활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신고를 통해 계좌를 정지시킨 뒤, 해제를 조건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도박으로 돈을 잃은 청소년이 2차 범죄에 노출된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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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신고 한 번만으로도 상대방 계좌를 정지시킬 수 있다는 점이 악용의 빌미가 됐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신속히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강제력이 오히려 갈취의 수단으로 변질된 셈이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강민기 변호사는 통장협박을 단순 갈취 범행을 넘어 제도 남용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허위 신고가 반복되면 실제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가 지연될 수 있고, 금융회사의 업무 부담과 지급정지 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도 커질 수 있다"며 "개인의 재산권과 영업활동을 침해하는 동시에 피해구제 제도의 정상적인 작동까지 방해한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초 신고 절차를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강 변호사는 신고 문턱을 높이는 방식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봤다. 보이스피싱 피해 특성상 신고와 지급정지가 지연되면 피해금이 빠르게 이전되거나 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변호사는 "최초 신고와 지급정지 절차는 현재와 같이 간소하고 신속하게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신고 단계의 문턱을 높이기보다는 통장협박의 전형적인 정황이 확인되는 경우 이의제기를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히 계좌 전체를 묶는 대신 피해금에 해당하는 금액만 지급정지 상태로 두고 나머지 금액의 거래를 허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 변호사는 "처음부터 일부 금액만 지급정지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이의제기 이후에는 피해금만 지급정지 상태로 남기고 나머지 자금의 거래를 정상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일부 지급정지는 피해자의 피해금은 보전하면서도 선의의 계좌 명의인이 입는 영업 중단과 생계상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절충안"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일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