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인의 사진을 텔레그램 익명 이용자에게 전달해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을 의뢰하고 이를 소지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이 벌금 1,500만 원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와 피해자의 정신적 충격 등을 고려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에서 보듯 디지털 성범죄는 기술 발달과 함께 범행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불법촬영물 중심이던 유형에서 나아가, 최근에는 딥페이크를 비롯한 합성·편집형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4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은 피해자는 1만 305명으로, 전년보다 14.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범죄는 주로 정보통신망이나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다. 불법 촬영물이나 성착취물을 유포하거나,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성적 허위영상물을 제작·배포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핵심 증거는 대개 전자기기에 데이터 형태로 남는다. 사건의 실체를 가르는 단서는 물리적 증거보다 휴대전화, 메신저, 클라우드, 로그 기록 등 디지털 흔적에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서는 포렌식 결과에 따라 사건의 방향이 크게 달라진다.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앱을 제거하더라도 데이터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정교한 포렌식 기법을 통해 삭제된 파일이나 기록이 복구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이러한 삭제 행위는 증거 인멸 시도로 해석돼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주요 쟁점은 고의성과 소지 여부다. 실제 사건에서는 단순 시청인지, 저장 또는 소지인지가 모호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디지털 증거 분석 결과에 따라 사건의 방향이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현행법은 허위영상물의 제작·유포뿐 아니라 소지·구입·저장·시청까지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파일이 어떤 방식으로 기기에 남았는지, 이용자가 이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등이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예컨대 텔레그램 등 일부 앱에서는 설정에 따라 이용자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파일이 자동 저장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포렌식 과정에서 발견된 파일이나 로그 데이터가 어떤 경로로 생성됐는지, 사용자가 그 존재를 실제로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해석이 사건 판단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다.
같은 디지털 자료라도 해석 방식에 따라 결론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데이터 추출 과정에서 영장 범위가 제대로 준수됐는지, 피의자나 변호인의 참여권이 보장됐는지 등 절차적 정당성도 중요하게 검토된다. 대법원 역시 전자정보 압수·수색에서는 영장 범위 내 관련 정보만 선별해 수집해야 하고, 무관한 정보는 삭제·폐기·반환해야 하며, 이를 계속 보관하거나 별건 수사에 활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증거의 수집과 해석이 사건 결과를 좌우하는 만큼, 포렌식 절차가 시작되는 초기 단계부터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포렌식 과정에서는 참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수사기관이 영장 범위를 벗어난 자료를 수집하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포렌식 결과에 포함된 로그 데이터가 범죄 의도와 무관하다는 점을 기술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전략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디지털 증거에 대한 해석이 사건의 결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사이버범죄 수사 경험과 디지털 포렌식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의 조력을 통해 체계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음란물 범죄와 같은 디지털 성범죄 사건은 휴대전화, 메신저, 클라우드, 로그 기록 등 전자정보에 대한 해석에 따라 사건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수사기관이 어떤 자료를 중점적으로 확인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포렌식 절차 초기부터 쟁점을 정리하고 대응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건 초기에는 디지털 자료의 생성 경위와 저장 방식, 이용자의 인식 여부 등을 객관적으로 정리해 절차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 같은 준비 과정이 향후 수사와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법률사무소 새율 강민기 대표변호사)
출처 : 미디어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