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봉사단체를 가장해 접근한 뒤 코인 투자를 권유해 430여 명으로부터 409억 원을 가로챈 조직이 구속기소된 사례가 알려지면서 다단계 코인 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해당 조직은 SNS상에서 여성 프로필을 도용해 자신들을 봉사활동 단체로 속이고, 피해자들과 친분을 쌓은 뒤 해외 대형거래소 상장 예정이라는 말로 투자를 유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초기에는 높은 수익을 보장해주며 신뢰를 쌓고, 전국 11개 지부를 차려 다단계 형식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코인 투자 사기는 겉으로는 신기술 투자나 유망 프로젝트 참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인 경우가 적지 않다.
다단계 투자 사기의 특징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쉽게 흐려진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본인도 속아 투자했지만, 손실을 만회하거나 수당을 받기 위해 다시 지인을 모집하면서 어느 순간 모집책 역할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선릉역 인근에서 본인도 피해를 입었으면서 신고하지 못한 채 계속 투자자를 모집해온 사례처럼, 신고를 미루다 스스로 가해자로 의심받는 굴레에 빠질 수 있다.
법원과 수사기관은 이러한 사건에서 코인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핵심은 원금 보장이나 단기 고수익 약속이 사실과 달랐는지, 신규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폰지 구조였는지,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기망행위가 있었는지다. 코인이 실재하더라도 투자 구조 자체가 처음부터 투자자를 속이기 위해 짜인 것이라면 형사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고의적인 기망행위, 이에 따른 피해자의 처분행위, 그리고 재산상 이득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 투자금을 실제 사업이나 코인 개발에 사용하지 않고 개인 채무 변제, 유흥비, 기존 투자자 수당 지급 등에 사용했다면 법원은 원금과 수익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보고 기망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처벌 수위도 가볍지 않다. 사안에 따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함께 적용될 수 있으며, 편취액이 5억 원 이상이면 무거운 징역형이 문제될 수 있다. 일부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했더라도 편취 총액을 기준으로 형량이 산정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시가 있는 만큼, 실제 피해 규모와 자금 흐름이 중요하게 검토된다.
다만 조직 내 가담 정도에 따라 책임 범위는 달라질 수 있다. 의사결정 권한이 없었고 실제 취득한 이익이 크지 않았다는 점을 소명하고, 피해자와 합의·공탁을 거쳐 1심 징역 5년에서 항소심 징역 2년 6개월로 감형된 사례도 있다. 따라서 단순히 조직에 이름이 올라가 있었는지보다 실제 역할, 수익 배분, 투자자 모집 관여 정도를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초기 증거 보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투자 계약서, 입금 내역,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기록, 설명회 자료, 녹취록, 수익 보장 문구, 상장 예정 홍보 자료 등을 최대한 원본 형태로 보관해야 한다. 형사 고소와 별개로 범죄수익 환수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함께 고려할 수 있으므로, 자금 흐름을 입증할 자료를 신속히 정리해야 한다.
반대로 모집책이나 강사 등 중간 가담자로 지목된 사람은 "나도 속은 피해자"라는 주장만으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실질적으로 투자자 모집에 기여했거나 수당을 받았고, 고수익·원금 보장 문구를 전달했다면 공범으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실제로 속아서 가담했다면 투자 경위, 본인의 손실 규모, 의사결정 권한 부재, 받은 수익과 활동 범위를 자료로 소명할 여지는 있다.
신고가 늦어질수록 자금 추적과 계좌 동결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업체 측의 변제 약속이나 추가 상장 계획만 믿고 시간을 보내면, 자금이 흩어지거나 관련자들이 잠적해 피해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대형 거래소 상장 확정', '단기간 원금 보장', '초기 투자자만 고수익 지급'과 같은 홍보는 사기를 의심해야 할 신호로 볼 수 있다.
경제범죄수사팀장으로 근무하면서 다단계·투자 사기를 다뤄온 경험에 비춰보면, 수사기관은 자금 추적 자료, 조직도, 설명회 녹취록, 투자자 모집 자료, 수익 배분 내역 등을 토대로 기망의 고의와 가담 정도를 판단한다.
피해자에게는 증거 보전과 형사·민사 대응이 중요하고, 가담자로 지목된 사람에게는 자신의 관여 범위와 실제 인식 정도를 객관 자료로 소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코인 다단계 사기는 코인의 실존 여부보다 투자 구조와 자금 흐름, 모집 방식이 핵심 판단 기준이 되는 만큼 초기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도움말 : 법률사무소 새율 윤준기 대표변호사
출처 : 이투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