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대학가에서 자기자본 없이 대출금만으로 건물을 신축한 뒤, 새 건물의 전세보증금으로 또 다른 건물을 짓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임대업을 운영하며 154명으로부터 162억 원가량을 받아 돌려주지 않은 집주인이 1심에서 징역 12년과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임대차 계약 체결 과정에서 명의를 빌려주는 등 범행을 도운 친누나에게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전세사기가 갈수록 조직적이고 장기적인 형태로 진화하면서 처벌 수위도 함께 무거워지고 있다.
다만 중형이 선고돼도 피해 회복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 사건에서 가해자가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음에도, 상당수 피해자들은 여전히 정식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사기를 칠 의도를 가지고 했다는 걸 완전히 증명할 수 없다'라는 이유로 피해 인정이 거부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실제로 전세사기피해자법 시행 이후 접수된 사건의 피해 인정률은 59.0%에 그친다. 어렵게 피해자로 인정받더라도 일부 주거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을 뿐, 경매에 넘어간 주택에서 보증금을 실제로 돌려받는 경우는 드물다. 형사처벌과 피해 회복은 완전히 별개의 절차라는 뜻이다.
통계로도 피해 규모가 확인된다. 국토교통부가 2026년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사기피해자법 시행 이후 누적 피해자 결정 건수는 4만 936건에 달하고, 이 가운데 40세 미만 청년층이 약 7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사회 초년생과 청년층이 특히 취약한 구조다.
임대인은 형사책임의 범위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거나, 동일한 수법으로 다수의 세입자와 계약을 진행한 경우 형법상 사기죄는 물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이득액 5억 원 이상 가중), 사문서위조 등이 함께 적용될 수 있다. 이번 사건처럼 명의를 빌려준 가족 등 제3자도 범행을 도운 정황이 인정되면 방조범으로 함께 처벌될 수 있다.
전형적인 전세사기 수법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임차인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추더라도 대항력은 '다음 날 0시'부터 발생하는 반면 은행 저당권은 접수 당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는 시차를 악용해 계약 당일 근저당을 설정하는 수법, 신탁회사 소유임을 숨기고 위탁자나 전 주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신탁 전세사기', 세금 체납이나 선순위 채권을 숨기는 수법 등이 대표적이다. 공인중개사가 결탁된 경우도 있는데, 등기부상 권리관계나 임대인의 신원·대리권을 제대로 확인·설명하지 않았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물론, 사안에 따라 사기 공모나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형사책임까지 문제가 될 수 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우선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야 한다. 이때 반드시 등기가 실제로 완료된 것을 확인한 뒤 이사해야 기존 대항력이 공백 없이 유지된다. 이후 전세금 반환청구 소송으로 집행권원을 확보해 강제집행을 신청하는 절차로 이어지는데, 형사 고소와 보증금 회수 절차는 법적으로 별개이므로 피해 초기부터 민사·경매 절차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피해 주택이 경매로 넘어간 경우,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보증금이 자동 반환되는 것은 아니며 전입·점유 시점과 확정일자, 선순위 권리관계, 배당요구 종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권리 분석이 필요하다.
경제범죄수사팀장으로 근무하면서 대규모 사기 사건을 다뤄온 경험에 비춰보면, 전세사기는 형사와 민사, 행정 절차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한쪽 대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가해자로 지목된 쪽에는 혐의 성립 여부와 가담 정도(단순 명의대여인지 적극 가담인지)를 객관적으로 소명하는 방어 전략이 필요하다.
피해자에게는 형사 고소는 물론 국토부 피해자 인정 신청과 임차권등기명령·경매 대응까지 실질적인 보증금 회수 전략을 함께 세우는 조력이 필요하다. 사건 초기부터 형사·민사·행정 절차를 모두 이해하는 전문가와 함께 방향을 잡는 것이 실제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도움말 : 법률사무소 새율 윤준기 대표변호사
출처 : 국제뉴스